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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가짜처럼, 가짜는 진짜처럼’
절묘한 줄거리

 

글|판샤오칭(范小青)

 

   사실 나는 쟈장커(賈樟柯) 감독이 그렇게 낭만적인 줄은 몰랐다.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다. 당시 담당 교수는 아카데미즘의 영화학원 출신으로 쟈장커의 처녀작 ‘소무’를 적극 추천했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별로 재미 없었다. 나는 단지 그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환심을 끌기 위한 학생 다큐멘터리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 뒤 나는 한국영화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쟈장커 감독 작품은 물론 다른 상업 작품들도 무더기로 봤다. 이상한 것은 한국의 유력한 영화잡지사들이 중국의 쟈장커 감독을 크게 알아준다는 사실이었다. 쟈장커 감독이 새 영화를 내놓기만 하면 꼭 권위 있는 영화 평론가들이 앞장서 그 영화를 ‘Best 5’에 올려놓곤 했는데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10여 년 후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대학시절 담당 교수님을 만났다. 그 교수님은 쟈장커의 ‘24시티’를 보고 “이 영화는 지금까지 쟈장커가 창작한 작품 중 가장 훌륭한 것이다. 특히 서술 방식이 뛰어나다”고 말해 이 영화에  나도 호기심을 가졌다. 사실 그 때는 쟈장커 감독도 변하고 있었고 나도 변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쟈장커 감독은 렌즈에 정열을 가득 담은 채 차분하게 한 공장, 3세대, 수 십 년의 사회 변천을 교묘하게 묘사했다. 교수님이 지적한 것처럼 이 영화가 관중들에게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와 배우들이 ‘진짜는 가짜처럼, 가짜는 진짜처럼’ 어우러지게 한 서술방식이다. 이런 허허실실의 표현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한 사회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쟈장커 감독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한계선을 허물고 이 두 가지 장르를 융합시켰다. 이런 결합은 아직도 인위적인 흔적이 남아 있지만 영상 언어를 원활하고 풍부하게 사용했고, 새로운 서술 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은 인정 받을 만 하다.

낡은 군수 공장, 몇 만 명의 종업원을 가진 대기업의 흥망성쇠 과정을 통해 비바람 속에서 걸어온 새 중국 50년의 역사를 보여준다. ‘24시티’의 모든 건물은 날로 쇠퇴해가고 있는 공장 위에 일으켜 세운 새로운 도시 풍경이다. 이 때문에 이곳은 다시 인간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부동산 중개소는 이 도시를 살려준 구세주일까. 아니면 양심마저 매장해 버린 악령일까?

쟈장커 감독은 8개 캐릭터와 8가지 스토리로 50년간 3세대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공장의 변천,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의 변화 과정을 함축시켰다. 역사에 더욱 근접하기 위해 쟈장커 감독은 또 다시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 대중 가요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은 주연이 부른 것이 아니라(주연이 없음) 배경음악으로 만들어 분위기를 돋우었다. 이밖에 쇠락한 공장건물과 회포에 젖은 노동자들의 정서에 고전 또는 현대 시구들을 이용하여 낭만적인 정서로 가득 채웠다.

조안 첸충(陳沖)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4명의 배우가운데서도 그녀의 대사와 알듯 말듯한 신체언어는 그 시대와 인물의 특징을 적절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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