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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감동도 없는
블랙버스터‘실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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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판샤오칭(範小靑)
루촨(陸川)감독의「난징! 난징!」은 한 두 마디로 평하기 어려운 영화다. 이 영화는 첫 시작부터 방대한 역사의 현장과 무거운 주제를 관객들한테 던진다. 다큐멘터리를 모방한 흑백이미지, 촬영렌즈의 조화로 요동치는 화면, 보는 사람을 질리게 할 난징 안팎의 인산인해만으로도‘블랙버스터급 영화 「난징! 난징!」’이 상당히 어렵게 만들어 졌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길어지면서 팽팽해진 긴장이 풀리는 건 무엇 때문일까? 함께 영화관에 다녀온 한국인 동료의 말을 빈다면 「난징! 난징!」은 마치 겹겹이 감싸진 양파처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것 같은 트레져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가 마지막 한 층이 벗겨지면서 결국 아무 것도 없다는 허전함에 실망을 들이키고 만다.‘흑백,요동,인해’이라는 3대 트릭에 의지한 「난징! 난징!」은 결코 관객들에게 ‘대작’이라는 시각적 향수도, 짜릿한 감동도 주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다.
기대했던 루촨 감독이 새로운 시각으로 ‘전쟁 대작’을 완성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난징! 난징!」에서 루 감독은 이례적인 ‘아카데미즘’적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면 딸을 잃은 탕씨 부인 (秦嵐 역)이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이 탈출 과정에서 갑자기 언급됐고 탕씨는 아내의 아랫배를 만지면서 마치‘혁명 불씨의 보존’을 강조한 시나리오 작성자의 ‘심혈’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려 했는지 전 일본군한테 “아내가 또 임신했다”고 자랑스럽게 소리친다. 이런 사족을 붙인다면 「난징! 난징!」은 영화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숙제용으로 제작한 단편영화의 수준에로 급락한 느낌이다.
「난징! 난징!」에 투영된 새로운 요소라면 영화 속에 가해자인 일본군의 시각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나카이즈미 히데오가 연기한 일본병사의 내면세계의 성장, 심리 변화는 산만하며 변화가 분명치 않았다. 또 그 결말은 더욱 난해하고 공감을 가지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영화지만 한번은 볼 만한 이유는 영화 속의 일부 장면과 정서가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강한 선동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예컨대 쑨중산(孫中山)동상이 일본군에 의해 넘어지는 순간 자국인은 순간적으로 정신상의 약탈을 느끼게 된다. 루젠슝(陸劍雄, 劉燁 역)을 대장으로 한 국민당 군인들이 필사의 정신력으로 일본군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 예사롭지않게 시작을 뗀 ‘위안부동원대회’에서 연약한 여성들이 하나 둘 손을 들며 자원하는 순간 바이올린 배경음악이 자연스럽게 감동을 만들어가며 「쉰들러 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같은 항일전쟁을 배경으로 담은 흑백영화로서 쟝원(姜文)의「왜놈이 왔다(鬼子來了)」는 「난징! 난징!」보다 내용이 월등하게 깊었고 똑같이‘다큐멘터리’적 요소를 개입시킨 지아장커(賈樟柯)의「24 시티」는 자세를 낮춘 겸허함과 새로움으로 돋보였다. 더 심각한 것은 「난징! 난징!」중 이미지를 충족시킬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없이 주요 캐릭터들의 운명과 심리가 토막토막 잘린 막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흡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역사를 떠나서 단순한 영화 차원에서 볼 때「난징! 난징!」은‘역사 대작’이라는 화려한 외투와 민족적 정서에 의지해 영향력을 과시한 반면 관객의 영혼을 울릴 수 있는 내용적 깊이는 발굴해내지 못했다.
(본문은 저자 본인의 관점이며 본지와 무관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