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잡지를 구독하 |



악명 높은 슬럼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
글|두뤄(杜若)
● 감독: 쉬안화(許鞍華)
● 작가: 뤼샤오화(呂筱華)
● 출연: 바오치징(鮑起靜), 량진룽(梁進龍), 천리윈(陳麗云)
● 요약정보: 홍콩|드라마|광둥어(粤語)
2009년 홍콩 영화 금상장(金像奬) 시상식에서「천수위의 낮과 밤」(天水圍的日與夜)은 최우수 감독상, 작품상, 여우 주연상과 여우 조연상 등 4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2004년부터 천수위(天水圍)라는 곳은 잇따라 일어나는 살인과 자살, 폭력 사건으로 얼룩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천수위는 홍콩 시내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위안랑구(元郞區)의 작은 마을이다. 1980년대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였을 당시, 홍콩정부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 곳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외지고 시설도 형편없어 빈곤층과 외래 이민자들만이 이 곳을 찾아 들게 된다.
2004년, 가장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고 자살 한 사건. 2006년, 3건의 모자가정 어머니 동반자살 사건. 2007년, 한 남자가 열 두 살, 아홉 살 되는 자식을 끈으로 묶어 24층 건물에서 아래로 던지고 본인도 뛰어내려 세 명 모두 현장에서 숨 진 사건. 이 사건들이 바로 홍콩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천수위 사건들이다.
2007년, 쉬안화 감독은 착잡한 마음으로 천수위를 찾아 현지 조사를 시작했다. 그 뒤로 1년이 지난 후, 여자 감독인 쉬안화는 「천수위의 낮과 밤」이라는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91분이나 되는 영화는 그 어떤 폭력이나 살인 사건도 다루지 않았고 불량 소년이나 청년의 등장도 없다는 점이 화제였다. 영화는 세 사람의 평범한 일상만을 다루었을 뿐이다.
슈퍼마켓에서 과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모자가정의 어머니 꾸이졔(貴姐)는 매일 출근과 퇴근, 채소를 다듬어서 밥을 지어 아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을 반복한다. 사춘기의 아들은 과묵하고 말수가 적다. 이들 식탁에는 항상 야채요리 하나에 달걀을 곁들인 요리만 오른다.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 모자는 식사 때에도 침묵만 지킨다. 다른 한 출연자는 이웃에 사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채소를 사서는 항상 점심과 저녁으로 두 번에 나누어 요리한다. 영화는 이런 자질구레한 일상을 다룬 것이 전부다. 어디에 가서 신문을 사면 휴지를 서비스로 받을 수 있는지, 오일은 어떻게 사면 3홍콩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지 등의 사소한 일상 마저 다루었다.
“악명으로 유명한 천수위는 결코 우리가 상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처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너무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발견했다”고 쉬 감독은 밝히고 있다.
영화는 꾸이졔 주변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산 물건이 너무 무거워 들지 못하는 할머니를 만난 꾸이졔는 아들을 시켜 할머니 짐을 들어다 준다. 할머니네 전구가 고장 나자 꾸이졔는 또 아들을 시켜 수리하게 한다. 할머니도 고맙다며 비싼 버섯을 모자에게 내준다. 어머니와 오해가 있는 꾸이졔는 입원한 어머니가 제비 집 요리를 먹고 싶어하자 매일 제비 집 요리를 만들어 아들더러 갖다 주게 한다. 그러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자기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아들한테는 이모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전하도록 시킨다.
쉬 감독은 복잡한 표면에 내포한 이면의 평온을 스크린을 통해 적당하게 표현했다. 이런 평온은 거친 삶을 헤쳐 나가면서 터득한 진실과 강인함을 내포하고 있다. 꾸이졔 가족은 가끔 가다가 두리안이나 유자, 먹다 남아 싸가지고 온 비둘기 요리를 먹으면서 “맛이 참 좋다”며 좋아한다. 영화는 정성 들이지 않은 듯한 사소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삶의 가장 깊은 곳의 본질을 집어내어 잔잔한 흐름을 이어간다.